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쯥! 좀 더 쓰지.”고자들도 킬라와 농담을 즐기는 편이







“쯥! 좀 더 쓰지.”

고자들도 킬라와 농담을 즐기는 편이라 서로 말이 길어지자 비어를 남발한다.

“깹니다! 깨요. 아무리 용병 단장이라도 고귀한 귀족으로 황제를 상대로 흥정하다니요? 직접 주청 드리세요. 하이 엘리트 목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오크 돌도끼도 아니고……. 이기고 흥정해 보세요. 기분이 좋아 응할지 모르겠군요.”
“하하, 내 농이 심했네. 심했어.”

이렇게 한참을 고자를 놀려 먹는데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오크다. 오크 떼다!”

막사 밖이 웅성거려 급히 대화를 중지한다. 그리고 오크라는 말을 확인하자마자. 킬라는 검을 급히 챙겨들고 막사를 뛰쳐나갔다. 자치구 근처니 떠돌이들이 접근한 것으로 판단. 관도의 높은 구릉 지대에 오크들이 중무장한 채 개미 떼처럼 나타났다.

드문 장관. 행렬 후위의 메머드들이 본능적인 투기를 뿌리며 수레를 털어내려고 요동쳤다. 메머드들은 본능적으로 군집하려고 수레를 부딪치며 모이려 들었다. 우지끈! 쿵쾅! 몇몇 수레의 약한 연결 부위가 부러지고 이탈하며 수레가 전복 되었다.

관도에 골렘 외 장갑이 흩어졌다. 선두 메머드의 분위기는 뒤로, 뒤로 전달되어 메머드의 거친 울음이 사지를 진동했다.

뿌오~ 뿌우우~ 소동이 커지자 테이머들이 나타나 광폭해진 메머드를 달랜다고 진정의 주문을 걸었다.

“스로 슬로……. 말 안 들으면 코를 묶어 버릴 테다.”

킬라는 흥얼거리는 테이머들의 주문은 못 알아들어도 뒷말 하나만 알아듣고 실소한다.

‘뭐야, 협박이 통한 거야 주문이 통한 거야? 말 하나는 잘 듣는군. 어라, 오크 떼가 나타났는데 골렘을 소환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킬라나 중부의 오너들은 이렇게 많은 오크 무리는 처음 본다. 긴장하는 77기사단의 오너들을 타 귀족가의 기사나 오너들이 비웃으며 오크 떼를 무덤덤이 본다.

킬라가 자세히 보니 오크 무리에 황제의 붉은 기가 걸려 있다. 붉은 기 주위로 깃대를 보호하듯 오크 워리어와 빅 울프를 탄 오크 라이더들이 집중되어 있다. 오크 무리의 최정예 무력 집단이 황제기를 식량보따리 보호하듯 에워싸고 있다.

“반란군 측에서 오크들을 동원해 저희도 오크들을 참여 시켜야 했습니다.”

뒤따라 나온 고자가 부연 설명한다. 처음 듣는 정보.

“오크들을 인간의 전쟁에 종군시킨다고?”
“전통입니다. 서부의 악습이지요. 골렘을 동원한 대접전 후 이틀에서 삼 일간의 공백이 발생합니다. 그 공백 기간 동안 인간 병사들을 동원해 피가 튀는 단병접전을 벌리지요. 골렘 전에서 밀린 쪽 일수록 전선을 고착화시키기 위해 인간 군대를 방패로 내몰아 열세를 만회하려 합니다. 골렘은 골렘이, 인간은 인간이 상대하죠. 토벌군이 그나마 조금씩 물러날 수 있었던 것도 제국 상비군인 병사들의 선전에 기인한 것입니다.”
‘가지가지 하는군.’
“중부와 동부에서는 인간 군대 간의 대규모 교전이 사라진 지가 오래다. 서부는 인간을 나무 열매같이 주렁주렁 열리나보지? 골렘 오너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알지도 못하는가?”

괜히 열을 내는 킬라. 인간이 흘린 피거품만 보아도 며칠 식사를 못했다. 오너가 되어 골렘에 숨은 뒤로는 이 현상이 더했다. 피식거리는 다섯 고자.

“그래서 나타난 것이 오크 군대 간의 교전입니다. 오크의 개체 수도 줄이고 오크 군대가 합류한 이유입니다.”

잘도 갖다 붙였다.

“허!”

오크 무리는 이때부터 행렬의 좌측에 붙어 바람을 등졌지만 악취를 은은히 풍기며 전선으로 같이 이동했다. 중무장한 오크들의 모습에 킬라와 같은 중부 오너들은 불쾌해 했고 서부의 오너들은 늘 함께 하는 그림자처럼 자연스럽게 대했다.

‘허허, 이러니 도처에 빈 땅이고 옥토지만 이주민들이 서부를 꺼리는 거야. 인간과 오크가 한 편이 되어 전선을 향하다니…….’

서부의 풍경은 겉으로는 양질의 광산 푸른 목초지로 기회의 땅으로 보였지만 성벽으로 보호되는 거점 도시를 제외하면 군소 부락이 없는 황량한 불모의 땅. 떠돌이 오크가 심심찮게 군소부락을 약탈하니 인간들은 도시로 뭉칠 수밖에 없었고 도시 과밀은 심각한 부작용을 나았다.

인구의 증가는 중부와 동부에 비해 극악할 만큼 저조했고 전염병이 창궐하면 도시 전체가 씨 몰살당했다. 도시는 도시대로 동서회랑이 막힌 이후로 광산에서 일할 이주민들조차 받을 수 없어 활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귀족들의 폭정은 가혹했고 학정에 반하여 세금을 거부하면 본보기로 오크 거주 구로 몰아 학살당해 극도로 암울하고 침체되었다. 그에 비해 오크들은 황제의 비호나 반란군 등 토호의 비호를 받아 개체 수를 꾸준히 늘이며 인간의 전쟁에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성장해 있다. 통치자들은 불만 없고 말 잘 듣는 오크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미끼로 지금처럼 인간의 군대에 복무시켰다.

반란군의 수장은 이기고 있으면서도 오크를 끌어들일 정도로 수세에 몰릴 것임을 오래전에 짐작했다. 황제가 취할 수 있는 여러 조치 중 하나인 오크 자치구를 포섭해 오크 군대를 양분시키는데 성공했다.

비좁은 자치구의 주도권을 놓고 늘 다투는 대 부족 중 하나만 끌어들여도 오크들이 알아서 편을 갈랐다. 골렘은 골렘으로, 오크는 오크가 상대하는 전장이 가까워 졌다. 바람이 바뀔 때마다 고기 썩는 냄새를 풍겨 며칠간 식사를 제대로 못한 킬라.

‘젠장할, 나란 놈은 비위 하나만 귀족이군.’

77기사단의 중부 출신 오너들도 캠프를 어슬렁거리는 어린 오크들에게 고기를 던져줄 정도로 무덤덤해 졌다. 인간은 확실히 적응의 지존. 며칠이 지나서야 코의 감각이 없어지고 근처에 어슬렁거리는 오크를 발로 찰 정도로 이력을 키워졌다. 인간에게 맞고도 웃는 오크를 처음 보는 킬라. 오크가 웃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안다. 어린 시절 실습삼아 죽여 본 오크와 다를 바가 없는데 자꾸 어른거리자 이제는 벨 자신감마저 사라졌다.

‘지랄 맞은 서부. 이 킬라님이 오크와 이웃이라니……. 남방 오지에서 도마뱀을 잡았으면 잡았지 이 정도인 줄 알았으면 알고는 오지 않았으리.’

케살의 형들에게서 귀를 종긋 세우고 들어 놓고도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 경험을 해야 과거의 충고를 깨닫는 평범한 인간의 오류를 킬라도 답습한다. 이미 후회해도 늦은 상태.

드디어 도착한 전선. 보급 부대인 메머드들은 두 시간 뒤에 쳐지고 오크들은 중간 지점에 캠프를 차렸다. 오크들은 자꾸 늘어나서 십만에 달했다. 뭉치니 밤새도록 시끄럽게 짖어대는 통에 낮과 밤에 뒤죽박죽인 킬라.

멍한 킬라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달되었다. 군 회의 소집 나팔이 울렸지만 근처의 소란스러운 오크 덕에 참석치 못했다. 서부에는 전령을 운용 안 했다. 오크와 마찬가지로 뿔 나팔을 길게 불어 회합을 알렸다. 킬라로서는 오크들이 밤새도록 불어대는 통에 누가 부르는 뿔 나팔인지 알 수 없었다.

참모들도 마찬가지. 용력을 자랑하고픈 킬라에게 최고 지휘부는 납득하기 힘든 임무를 부여했다. 참석했으면 이미 결정된 사항의 통보만 받는 자리이므로 더러운 성질을 모두에게 자랑 안 해도 되었지만 앙심이 자리 잡는다.

킬라의 77기사단에게 오크 부대의 보호와 메머드 보급대의 보호 임무를 맡겼다. 당혹스러운 휘하 오너들, 킬라를 따르는 방계 권속들도 실망. 77기사단 100여 명의 오너와 밀란 가의 오너 50여 명이면 대단한 전력인데도 후위 예비대로 밀려났다. 세가 약한 치아레 상단은 최전선의 좌익에 배치되어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감을 이제야 감지하는 킬라. 고자들에게 약소한 뇌물을 안 먹였듯이 전선의 군 장성들에게도 선물을 주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킬라는 자신의 세를 과신하여 군 관료들에게 예전 같은 센스를 발휘하지 않았다. 황제가 임명한 장성들이라 믿었는데 황제가 예우하고 광장에서의 강한 군기를 자랑한 게 질투로 작용해 반란군을 구경도 못하는 경호 임무나 맡게 생겼다. 뇌물을 먹이려 해도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 토벌군 측 골렘이 1,200기가 동원된 대회전에서 후위 잡무로 밀려나는 킬라들.

‘텃세를 결정적일 때 발휘하는군.’